2018년 8월 15일 수요일

왜 우리나라는 피임을 지원하지 않을까?[임시초기 낙태알약 미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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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는 다양한 종류의 피임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구피임약, 호르몬 주사, 루프, 임플라논 같은 피하이식형 피임장치, 콘돔과 같은 차단피임법(barrier method), 응급피임약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피임법이라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건 무슨 뜻일까요? 이러한 피임약과 피임도구는 ‘필수’ 의약품이며 “어떤 때이든, 필요한 만큼, 개인과 사회가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 모두가 가용한 피임법들을 어렵지 않게 실천할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피임법들을 쉽게 접할 수 있나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건강권과 공중보건 정책의 일부로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임법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여성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실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막아 여성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 구성원들이 계속 교육과 직업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가 조금 더 활기차고 안정되겠지요?
미국에서는 2010년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모든 보험사가 피임과 관련한 서비스를 비롯해 여성건강 예방서비스를 별도의 비용 없이 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를 통해 보험이 없거나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여러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대부분의 피임약, 루프, 임플라논에 대해 최대 65% 정도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국가건강보험에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해 경구피임약 및 루프에 대한 비용을 전액 지원하며, 피임주사에 대해서는 반액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 피임법과 피임도구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도 하고 비용 지원이 아예 안 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해 피임법을 지원하는 나라는 훨씬 더 많습니다. 독일에서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해 의사의 처방을 받은 피임법을 전액 지원합니다. 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18~19세 청소년들에게는 피임법에 드는 일부 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5~18세 청소년들에게 응급피임약과 일반 경구피임약, 임플라논, 호르몬 루프와 같은 피임법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18~20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피임법을 전액 지원합니다.
영국에서는 비영리 단체 브룩(Brook)에서 20세 이하 청소년을 위해, 프레쉬(Fresh)에서 25세 미만 성인을 위해 무료 성 건강 서비스와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 국가건강서비스(NHS) 홈페이지에는 청소년들에게 ‘부모님에게 말하도록 하지 않으니 걱정 말고 찾아오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학교에서 쉽게 콘돔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청소년이 쉽게 피임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정규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 스스로 생활할 때까지 피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피임법을 구하거나 실천하기가 여전히 어렵고 공공건강보험에서도 피임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들 국가 중 대다수는 재생산 건강과 재생산권을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피임약을 “라이프스타일 약”으로 취급합니다. 건강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사먹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공공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한국도 현재 국민건강보험이나 세금을 통한 피임법 지원은 없습니다. 피임과 관련된 진료 비용, 약이나 시술 비용 등 모든 부담을 개인이 져야 합니다.
1년 동안 피임에 드는 비용은 적게는 몇 만원에서 수십 만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5세에 성관계를 시작한다면, 우리는 약 40여년 간 피임을 하며, 그 기간동안 건강상태에 따라 피임법을 바꾸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피임은 우리의 몸을 알아가고, 임신과 출산을 조절하고, 욕망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어찌 보면 여성 건강에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갑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피임에 대한 지원을 정책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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